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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블록을 쌓으면 둘째가 옆에 달려오고, 첫째가 소파에 올라가면 둘째도 기어오르려 합니다. 저도 36개월, 21개월 두 아들을 키우면서 이 장면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봅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형만 따라 하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건 발달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둘째에게 형은 가장 가까운 생활모델입니다
둘째가 첫째를 그토록 열심히 관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 발달 연구에서는 이를 사회학습(social learning)이라고 부릅니다. 사회학습이란 타인의 행동을 보고 기억한 뒤 스스로 재현하면서 배우는 방식으로, 영유아기에 인지·언어·사회성을 동시에 발달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저도 집에서 첫째라 어릴 때 같은 경험이 없었는데, 둘째 아이를 보면서 "이래서 동생은 형을 보고 크는 구나" 하고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제 경우엔 친척 형이나 동네 형들을 따라 하면서 많은 걸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둘째도 딱 그 모습이더라고요.
캐나다의 아동발달 전문 자료인 Encyclopedia on Early Childhood Development에서는 첫째 아이가 리더, 교사, 돌봄 제공자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되고, 어린 동생은 그 언어와 행동을 모방하며 함께 의미를 만들고 관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둘째 입장에서 첫째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행동을 먼저 해보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겁니다. 부모가 하는 행동은 너무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형이 하는 건 바로 손에 닿을 것 같은 느낌이죠.
저도 둘째가 18개월 무렵부터 형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형이 미끄럼틀을 타면 뒤따라 기어오르고, 형이 요리 놀이를 하면 옆에서 냄비를 잡으려 하더라고요. 처음엔 신기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전부 배우고 있던 과정이었습니다.
관찰학습이 좋은 행동만 가르치는 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를 가장 불편하게 만든 건 좋은 행동을 따라 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형이 소리를 지르면 둘째도 따라 지르고, 형이 물건을 던지면 둘째도 슬쩍 따라 던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처음엔 "둘째 버릇이 나빠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발달 관점에서 보면 이건 다르게 읽힙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에 가깝게 반응합니다. 조작적 조건형성이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반응이 생기면,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학습 원리입니다. 형이 소리를 질렀더니 부모가 반응했다, 형이 떼를 썼더니 원하는 걸 얻었다, 이걸 옆에서 지켜본 둘째가 "저 방법 써봐야겠다" 하고 시도하는 겁니다.
실제로 저도 그 상황에서 형을 많이 혼내거나 길게 설명하기보다, 그 자리에서 바로 "던지면 안 돼", "소리는 작게"라고 짧고 분명하게 말해주는 방식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조금씩 잡히더라고요. 제 경험상 이건 긴 설명보다 짧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부모가 이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둘째의 다음 행동을 결정합니다. 둘째의 모방 자체를 막으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보다는 어떤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여주느냐가 핵심입니다.
부모가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대응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좋은 행동을 따라 할 때는 바로 구체적으로 인정해줍니다. "형처럼 숟가락 잡아봤네" 같이 행동을 짚어주면 더 효과적입니다.
- 문제 행동을 따라 할 때는 길게 설명하지 않고 짧게 제한한 뒤, 대체 행동을 바로 알려줍니다.
- 첫째에게 "동생 보잖아, 똑바로 해"라는 부담을 주기보다, 좋은 행동이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형이 보여줬더니 동생이 배웠네"로 인정해 주는 편이 낫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영유아 발달 과정에서 모방행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주의 깊게 살펴볼 신호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따라 하는 게 걱정이 아니라, 오히려 안 따라 하는 게 더 살펴봐야 할 상황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 하기는 형제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처음에 첫째는 둘째가 따라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장난감을 건드리거나 놀이에 끼어드는 게 싫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해야 해" 하면서 동생한테 직접 알려주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걸 볼 때마다 참 기특하다 싶습니다.
아동발달에서는 이 과정을 공동참조(joint attention)와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공동참조란 두 사람이 같은 대상에 주의를 함께 향하면서 상호작용하는 능력으로, 언어 발달과 사회성 발달의 기초가 됩니다. 둘째가 형이 하는 블록 쌓기를 보고 옆에 앉아 같은 블록을 집어 드는 순간, 두 아이는 이미 공동참조 상황 안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ZERO TO THREE에서는 24~36개월 아이들이 점차 다른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놀이를 시작하며, 안정적인 관계가 편안함, 안전감, 자신감, 도전할 용기를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출처: ZERO TO THREE). 둘째가 형을 따라 하는 행동 뒤에는 "나도 같이 하고 싶다", "나도 형처럼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연년생이라 위계 문제도 신경이 쓰였는데, 형을 좋아해서 따라 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제가 직접 두 아이를 지켜봐온 경험상, 둘째가 형을 따라 할 때 둘 사이의 분위기가 가장 활기차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자라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 발달 측면에서도 형제 사이의 모방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형이 자주 쓰는 말, 억양, 표현 방식을 둘째가 따라 하면서 어떤 상황에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이때 부모가 "따라 하지 마"라고 막기보다 "형처럼 '같이 하자'라고 말해봐" 하고 표현을 확장해 주는 쪽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둘째의 모방 행동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그냥 흉내 내는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행동 하나하나가 세상을 배워나가는 방식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 과정을 막는 게 아니라, 두 아이 사이에서 좋은 행동이 더 강화되도록 옆에서 조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가 형을 따라 하며 자라는 모습, 지금은 그게 참 다행스럽습니다.
이 글은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발달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이 발달이 걱정되신다면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소아청소년과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Encyclopedia on Early Childhood Development, ZERO TO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