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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해 하는 아기

    불안이 많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내가 뭘 잘못 키운 걸까?" 저도 36개월, 21개월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어 보이는 상황에서 "무서워"라고 하는 아이를 보며 답답한 마음에 화를 낸 적도 있었으니까요.

    불안한 아이, 잘못 키운 게 아닙니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불안을 보면서 양육의 실패라고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아동발달심리학 연구에서는 영유아 시기의 불안을 단순히 양육의 결과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각자의 기질(temperament)을 가지고 나옵니다. 기질이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선천적인 방식으로,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마다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위험회피기질(harm avoidance temperament)이 높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위험회피기질이란 새로운 환경이나 자극에 대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강하게 두려움을 느끼는 성향을 말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배변 훈련, 이유식 전환, 낯선 장소 방문 등 모든 발달 과제에서 또래보다 적응 시간이 길게 걸립니다. 제 큰아이가 딱 그랬습니다. 놀이터에서 새로운 놀이기구를 만나면 일단 제 곁에 붙어서 동네 형 누나들이 하는 걸 한참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처음엔 그게 못마땅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게 걔 방식이었다는 걸요.

    실제로 기질 연구에서는 돌 전부터도 위험회피 성향이 관찰된다고 봅니다. 신발을 바꿔 신겼을 때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맨날 봐온 윗집 할머니인데도 새로 안경을 쓰자 낯설다며 경직되는 아이. 이런 반응들이 예의 없는 게 아니라 기질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표현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번지는 방식

    아이만 불안한 게 아닙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간 날, 애는 안 울었는데 오히려 제가 더 불안하더군요. 이게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입니다. 분리불안이란 주 양육자와 떨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경험하는 극심한 심리적 불편감을 가리킵니다.

    아동발달심리 연구들을 보면, 부모의 불안 자체가 직접적으로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부모가 취하게 되는 양육 행동을 통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부모의 불안이 과보호(overprotection) 혹은 회피(avoidance) 양육으로 번지게 되면, 아이는 스스로 불안을 다루는 법을 배울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과보호란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모가 먼저 개입해 대신 처리해 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불안이 높은 부모가 조심해야 할 양육 행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가 불안해할 때 지나치게 빠르게 개입해 상황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
    • 아이의 감정에 공감만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돕지 않는 것
    • 불안을 통제하지 못한 모습을 아이 앞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것
    • "또 겁쟁이야", "동생도 하잖아" 같은 비교나 비난으로 아이의 약점을 건드리는 것

    제 경우 화를 냈던 것이 딱 이 마지막 유형이었습니다. 아이를 하게 만들고 싶었던 건데, 결과적으로 아이의 불안을 더 단단하게 굳혀 버리는 행동이었던 겁니다.

    골든타임을 활용하는 성공경험 만들기

    아이의 불안을 말랑말랑하게 바꾸는 핵심은 성공경험(mastery experience)의 축적입니다. 성공경험이란 두려운 상황에 도전해서 실제로 해냈다는 기억을 반복적으로 쌓아가는 과정으로, 이 경험이 누적될수록 아이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심리적 자원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 있습니다. 아이가 불안해하던 상황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돌아오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이 골든타임에 "잘했어, 끝"이 아니라 "선생님이 무서울 것 같았는데 어땠어?" 하고 한 번 짚어주는 게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아이 스스로 "내가 걱정했던 일이 꼭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언어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거든요.

    제가 직접 써봤는데, 놀이터가 딱 그랬습니다. 새로운 장소를 매번 다니는 것보다 익숙한 놀이터를 자주 반복해서 가는 게 아이에게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 아이가 먼저 놀이기구에 올라가 보고, 동네 형 누나들을 따라 해 보고, 결국 스스로 시도하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새로운 자극을 계속 투입하는 것보다, 익숙한 환경에서 작은 성공을 쌓게 해주는 접근이 위험회피기질 아이에게는 맞는 방법이라는 걸 그때 확실히 느꼈습니다.

    아동발달 연구에서도 아이들이 두드러지게 변화하는 시점이 대략 10세 전후라고 봅니다. 이 시기가 되면 "두렵지만 나는 비슷한 걸 해본 적이 있다"는 경험 기억을 떠올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아동학회). 10년이 긴 것 같지만, 그 사이 쌓이는 작은 성공들이 결국 아이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만들어 갑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이것이 높은 아이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공감과 도전 사이에서 균형 잡기

    불안 많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이 둘 중 하나입니다. 공감만 하다가 아이를 계속 보호권 안에만 두는 것, 혹은 공감 없이 "그냥 해"로 밀어붙이는 것. 둘 다 아이가 자라는 방향이 아닙니다.

    아동심리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균형은 이렇습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먼저 인정해 주되, 그다음 단계로 아이가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과정을 쪼개 주는 것입니다. 과정을 쪼갠다는 건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게 나눠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은 단위로 쪼갰는데, 아이는 여전히 못 했습니다. 그걸 다시 반으로 쪼갰을 때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감이 잘 안 될 때도 있습니다. 억지로 "그랬구나, 맞아 무서웠겠다"를 짜내면 아이 눈에도 거짓으로 보입니다. 그럴 때는 "너에겐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이구나"라는 말로 충분합니다. 내가 똑같이 느끼지 못해도, 아이의 감정이 아이에게 진짜라는 사실만은 인정해 주는 것. 이게 진정성 있는 공감이고, 아이가 실제로 받아들이는 공감입니다.

    국내 영유아 발달 연구에서도 부모의 온정적이고 반응적인 양육 태도가 아이의 정서 조절 능력 발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불안이 많은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건지, 저도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조그만 성공이 쌓여야 큰 성공이 되고, 작은 실패를 겪어야 큰 실패 앞에서도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매일 그 원칙을 지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아이의 불안은 아이가 해결하는 것이고, 부모는 그 과정을 옆에서 쪼개주고 기록해 주는 역할입니다. 아이의 인생을 내 것처럼 느끼는 순간 부모도 같이 흔들립니다. 오늘 한 번쯤, 내가 공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밀어붙이는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아동심리 상담이나 발달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xZUvbDXk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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