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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모기 물리는 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가렵고 마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강원도 여행에서 첫째 아이 귀에, 둘째 아이 볼에 모기 자국이 생기더니 한 달이 지나도 흔적이 안 없어지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거기에 일본뇌염 경보까지 뜨고 나서야 "이게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일본뇌염, 실제로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
일반적으로 일본뇌염은 "뉴스에 가끔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여름마다 주의보가 내려져도 그냥 흘려들었으니까요.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 빨간 집모기에 물려 전파되는 질환입니다. 1871년 일본에서 처음 보고되면서 이 이름이 붙었고, 주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합니다. 올해 6월 17일, 대구에서 작은 빨간 집모기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불현성 감염(inapparent infection)이라는 개념입니다. 불현성 감염이란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음에도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나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실제로 감염자의 약 250명 중 1명꼴로만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문제는 그 1명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점입니다. 고열, 두통, 구토, 환각 증상이 동반되고 급성 뇌염 및 수막염으로 진행되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회복하더라도 30% 이상에서 영구적인 신경 손상이 남는다고 보고됩니다.
더 무서운 것은 현재까지 일본뇌염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대증요법, 즉 증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만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방이 유일한 답입니다.
예방접종 완료했으면 많이 물려도 괜찮을까
강원도 여행 갔을 때 기피제를 분명히 뿌렸는데도 아이들이 물렸습니다. 그때 솔직히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많이 물리면 백신이 소용없어지는 거 아닐까?" 두 아들이 유료 생백신으로 예방접종을 마쳤는데도 그 걱정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모기에 여러 번 물린다고 해서 감염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뇌염 백신의 원리는 중화 항체(neutralizing antibody)를 몸 안에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중화 항체란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기 전에 미리 붙잡아서 무력화시키는 항체입니다. 쉽게 말해,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가는 열쇠 구멍 자체를 막아버리는 방식입니다. 모기를 한 마리 맞든 열 마리를 맞든, 이미 중화 항체가 형성되어 있다면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접종 스케줄대로 맞추면 90% 이상에서 방어 항체가 형성되고, 수십 년간 이 면역이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예방접종도우미(질병관리청)). 우리 집 첫째는 이미 접종을 모두 마쳤고, 둘째는 한 번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이 원리를 알고 나서 "많이 물렸다"는 이유만으로 패닉 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100%라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예방접종을 마쳤더라도 기본적인 모기 차단 노력은 계속하는 것이 맞습니다. 접종은 보험이지 면죄부가 아니니까요.
백신 선택, 사백신과 유료 생백신 뭐가 다른가
저도 첫째를 낳고 예방접종 안내를 받을 때 "사백신과 생백신 중에 선택하세요"라는 말에 잠깐 멈칫했습니다. 뭘 골라야 하는지 기준을 몰랐거든요. 지금은 두 아이 모두 유료 생백신으로 마쳤는데, 그때 선택 기준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편했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일본뇌염 백신은 크게 세 종류입니다.
- 무료 사백신(불활성화 백신): 국가예방접종으로 무료 제공, 총 5회 접종, 생후 12개월부터 만 12세까지 맞아야 함
- 무료 생백신: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아 사실상 선택지에서 제외
- 유료 생백신(키메라 생백신): 비용이 발생하지만 총 2회 접종으로 완료, 생후 12개월과 24개월에 각 1회씩
여기서 키메라 생백신이란 두 가지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결합해 만든 백신으로, 적은 횟수로도 충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백신을 말합니다. 항체 방어율은 유료 생백신이 약간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무료 사백신도 예방에 충분한 항체를 형성합니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스케줄 관리에 자신 있고, 12년 동안 다섯 번 챙길 수 있다면 무료 사백신도 충분합니다. 반면 아이가 자주 아프거나 접종 일정을 놓칠 걱정이 크다면 두 번으로 끝나는 유료 생백신이 현실적으로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저는 둘 다 유료로 선택했는데, 솔직히 다섯 번 스케줄을 12년간 챙길 자신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모기 예방, 기본이 진짜 효과 있는가
저는 모기 기피제를 꼬박꼬박 뿌리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기피제를 뿌리고 강원도에 갔는데도 아이들이 물렸거든요. 그래서 "뿌려봤자 소용없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건 제 생각이 틀렸습니다. 뿌리지 않았으면 더 많이 물렸을 테니까요.
모기 기피제에 사용되는 주요 성분은 DEET(디에틸톨루아미드)와 이카리딘(Icaridin)입니다. DEET란 모기의 후각 수용체를 교란해 인간의 냄새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화학 성분을 말하며, 오랫동안 기피제의 표준 성분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카리딘은 DEET보다 피부 자극이 적어 어린아이에게 권장되는 성분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뿌리는 것 자체보다 뿌리는 시점과 부위가 중요합니다. 외출 전에 옷 위에도 뿌리고, 노출된 피부에도 꼼꼼하게 발라줘야 효과가 납니다. 아내가 벌레를 워낙 싫어해서 저희 집은 이 부분을 철저히 지키는 편인데, 확실히 캠핑이나 계곡 방문 후 물린 횟수가 줄었습니다.
기피제 외에도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기본 수칙이 있습니다. 야외 활동 시 밝은 색 옷을 입으면 모기가 덜 달려듭니다. 취침 시 모기장을 사용하고, 집 안 방충망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생각보다 효과적입니다. 일본뇌염 말고도 모기에 물리면 이차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기본 예방 수칙은 어떤 이유로든 지키는 것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본뇌염 예방접종 맞았으면 모기 물려도 완전히 안전한가요?
A. 일반적으로 접종 후에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100%라는 건 없습니다. 접종을 완료하면 90% 이상에서 중화 항체가 형성되어 감염 확률이 크게 낮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기본적인 모기 예방 수칙까지 함께 지키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 모기에 많이 물리면 일본뇌염 걸릴 확률이 높아지나요?
A. 상식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방접종으로 형성된 중화 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것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에, 물린 횟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감염률이 비례해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Q. 사백신이랑 유료 생백신 효과 차이가 많이 나나요?
A. 항체 방어율 수치는 유료 키메라 생백신이 약간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료 사백신의 예방 효과가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할 만큼 사백신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갖추고 있으며, 선택 기준은 효과보다는 접종 횟수와 스케줄 관리 편의성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일본뇌염 경보가 떴을 때 아이 야외 활동을 완전히 막아야 하나요?
A. 예방접종을 제대로 마쳤다면 야외 활동을 완전히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이 생겼다고 놀지 못하게 막으면 아이도 답답하고 부모도 힘듭니다. 모기 기피제 착용과 밝은 색 옷, 귀가 후 샤워 같은 기본 수칙을 지키면서 활동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결론
36개월, 21개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모든 뉴스가 부모 입장에서는 더 크게 들린다는 겁니다. 일본뇌염 경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나면 공포의 크기가 좀 줄어듭니다. 국가 필수 예방접종 스케줄대로 접종을 마쳤다면, 모기에 물렸다는 이유만으로 응급실을 달려가거나 여름 내내 집 안에만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기피제를 꼼꼼하게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강원도에서 아이들 얼굴과 귀에 자국이 한 달 넘게 남은 걸 보고 나서야 반성했습니다. 일본뇌염이 아니더라도 모기 물림 자체가 이차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기피제 사용과 방충망 관리는 귀찮더라도 꾸준히 하는 게 맞습니다. 접종은 챙기되 여름도 충분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MajZzho9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