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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알면서도 대신해 줬을 때, 그게 습관이 됩니다. 저는 첫째를 키우면서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바쁜 아침마다 빠르게 처리하려고 손이 먼저 나갔고, 그 결과 세 돌이 된 지금 첫째는 "아빠가 해줘"를 입에 달고 삽니다. 자기 주도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자율성, 가르치는 게 아니라 허용하는 것

    자율성(Autonomy)이란 외부 강요 없이 스스로 동기를 갖고 행동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여기서 자율성이란 단순히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면서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율성은 가르쳐야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경험상 이게 조금 다릅니다.

    첫째에게는 매번 제가 먼저 나섰고, 둘째는 솔직히 신경을 덜 썼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둘째가 더 혼자 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첫째 어린이집 상담에서 선생님이 "첫째 진짜 다 잘해요 혼자 밥도 먹고 양말도 벗었다 신었다 하고 네 잘해요"라고 하셨을 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편하려고 해준 건지, 아이를 위해서 해준 건지 그때 처음으로 돌아봤습니다.

    아이는 생후 18개월 전후부터 "내가 할 거야"라는 욕구가 급격히 커집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 시기를 자율성 대 수치심(Autonomy vs. Shame and Doubt)의 단계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이 단계란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이 시기에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충분하지 않으면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모가 계속 대신해 줄수록,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학습합니다.

    자기 효능감, 작은 성공이 쌓여야 커진다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합니다. 여기서 자기 효능감이란 단순한 자신감과는 다른 개념으로, 구체적인 과제를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자 자신에 대한 판단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자기 효능감이 높을수록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고 실패 후에도 다시 시도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밝혔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문제는 부모가 너무 일찍 개입하면 이 믿음이 자랄 틈이 없다는 겁니다. 아이가 어설프게 뒤처리를 해도, 양치질을 대충 끝내도, 그 과정을 스스로 완수했다는 경험이 쌓여야 자기 효능감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매번 부모가 마무리를 해버리면 아이는 "어차피 엄마 아빠가 해줄 것"이라는 패턴을 학습하고, 책임감도 함께 사라집니다.

    저도 첫째에게 양치 마무리를 항상 해줬는데, 그러면 아이 입장에서는 양치질을 잘해야 할 이유 자체가 없어지는 겁니다. 충치가 생겨도 그건 제 책임이지 아이 책임이 아니게 되는 것이죠. 그게 뒤늦게 와닿았습니다.

    발달 단계에 맞는 과제를 주고, 어설퍼도 완수하게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이가 매일 조금씩 계단을 오르듯 성공을 경험할 때, 자기 효능감은 실질적으로 성장합니다. 아이에게 처음부터 완벽함을 기대하는 건 실패를 쌓아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양육태도, 선택권과 기준선의 균형

    자기 주도성을 키운다는 명목 아래 모든 걸 아이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건 다르다고 봅니다. 선택권을 줄 수 있는 영역과 줄 수 없는 영역을 부모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선택권을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선택 가능: 오늘 입을 옷, 간식 종류, 장난감 순서
    • 선택 불가: 안전과 직결된 행동,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 지각 등 시간 제약이 있는 상황

    이 구분이 흐릿해지면 아이도 혼란스럽고 부모도 흔들립니다. 아이가 울고 떼를 쓸 때 제일 무너지기 쉬운 게 바로 이 기준선인데, 그럴수록 기준은 더 단단해야 합니다. 아이의 감정은 인정하되, 행동의 기준은 부모가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는 전적으로 맞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 아동발달 지원 가이드라인에서도 36개월 이후 아동에게는 일상적인 선택 상황을 제공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연령에 맞게 경험하게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선택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내가 결정했다"는 감각을 키우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와 연결됩니다. 여기서 자기 주도적 학습이란 교사나 부모의 지시 없이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조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일관성, 부부가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이 모든 양육 방식은 혼자 실천한다고 효과가 나지 않습니다. 아빠는 기다려주는데 엄마는 바로 해주거나, 반대의 경우가 반복되면 아이는 누가 더 관대한지를 파악하는 데 에너지를 씁니다. 그 혼돈 속에서 자기 주도성이 자라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이 부분이 제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낍니다. 바쁜 날이면 배우자와 대화할 시간 자체가 없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각자의 방식대로 아이를 대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한쪽에는 더 매달리고 한쪽에는 더 떼를 쓰는 패턴이 생기더라고요.

    부부가 같은 방향의 양육 철학을 공유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어느 상황에서 선택권을 줄 것인지
    2. 아이가 울고 떼쓸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3. 아이가 혼자 하도록 기다려주는 시간을 얼마나 허용할 것인지

    이 세 가지가 부부 사이에서 정리되어 있으면, 아이는 일관된 환경 속에서 스스로 해보는 경험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아이를 자라게 합니다.

    지금 첫째가 배변 훈련을 시작하는 단계라, 오늘부터 스스로 뒤처리를 해보도록 옆에서 지켜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손이 나가려 할 때마다 한 박자 멈추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변화입니다. 자기 주도성은 아이가 키우는 게 아니라 부모가 참아내면서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양육 상담이나 의료적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9gaQf_Jf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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