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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눕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멍하니 서서 "내가 지금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저도 36개월 첫째를 키우면서 그 순간을 수도 없이 겪었고, 그때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달래거나 원하는 걸 들어줬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쌓이면 쌓일수록 아이의 행동은 오히려 더 거세지더라고요.
소거법, 무관심이 훈육이 되는 이유
아이의 문제 행동에 부모가 무관심해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잘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무서워하는 건 아닐까, 혼자 내버려 두는 게 맞는 건가 싶었거든요.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에는 아이가 더 크게 울고 더 격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서 이 방법이 맞는지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소거법(Extinction)입니다. 소거법이란 특정 행동에 아무런 반응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 행동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걸 아이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행동수정 기법입니다. 아이가 떼를 쓰는 건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그렇게 했을 때 원하는 것이 왔기 때문에 반복하는 조건화된 행동에 가깝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그게 '마법의 스위치'가 된 셈이죠. 부모가 달려와서 "왜 그래, 뭐 줄까" 하는 순간, 그 스위치는 더 단단하게 각인됩니다.
삐치거나 난폭하게 행동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행동에 관심을 보이는 것 자체가 전부 보상으로 작동합니다. "기분 나빠? 엄마가 뭘 잘못했어?"라는 말도, "그게 화낼 일이야?"라는 말도 아이 입장에서는 다 '나를 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니 무반응이 가장 빠른 소거 수단이 됩니다.
실제 아동 행동 연구에서도 부모의 일관된 무반응이 문제 행동의 빈도를 유의미하게 줄인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이 소거법은 응용행동분석(ABA)의 핵심 기법으로 자리 잡혀 있습니다. 응용행동분석(ABA)이란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서 바람직한 행동을 늘리고 문제 행동을 줄이는 과학적 접근법을 말합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제가 지금 쓰는 방식은 완전한 무관심보다는 조금 다릅니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물건을 던질 때 방 안으로 함께 들어가서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울어도 말을 받아주지 않고, 진정이 되면 그때 대화를 시작합니다. 36개월이라는 월령을 감안하면 완전한 무관심보다는 이 방식이 저희 첫째에게는 더 맞는 것 같았습니다. 틀린 방법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고, 아이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정답이라기보다는 내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조정해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훈육 시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문제 행동 발생 시 즉각 반응하지 않고 침착하게 기다린다
- 진정된 후 잘못된 행동(때리기, 물건 던지기 등)을 명확하게 짚어준다
- 사과해야 할 대상이 있으면 직접 가서 사과하는 것까지 마무리한다
- 이 과정을 일관되게 반복한다
결핍내성과 행동강화, 아이의 힘을 키우는 법
무관심과 함께 중요한 개념이 결핍내성(Frustration Tolerance)입니다. 결핍내성이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감을 견뎌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이 낮으면 조금만 기분이 상해도 삐치거나, 하기 싫은 일은 어떻게든 피하려 하고, 친구 사이에서도 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갈등이 잦아집니다.
문제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아이의 불편함을 너무 빨리 해소해 주면, 이 내성이 쌓일 기회 자체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좌절스러운 시간을 몇 번 겪어봐야 다음 좌절도 견딜 수 있게 됩니다. 흔히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서적 면역력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어릴 때 스스로 버스를 타고, 기다리고, 원하는 걸 참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는 사회생활에 진입했을 때 체감하는 무게감이 전혀 다릅니다.
저는 하고 싶은 아이가 아니라,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훈육에서 가장 신경 쓰는 방향입니다. 지금도 아이가 누워서 소리를 지르거나 고개를 세게 돌리는 행동을 보일 때가 있는데, 그게 불편하더라도 일단 마무리를 짓는 방향으로 밀고 갑니다.
또 한 가지 유용하게 쓰고 있는 게 행동강화(Positive Reinforcement) 방식입니다. 행동강화란 바람직한 행동이 나왔을 때 즉각적인 보상을 주어 그 행동의 빈도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처음 배우는 행동, 예를 들어 혼자 옷 입기나 이 닦기처럼 아이가 익숙하지 않고 귀찮아하는 일을 시작시킬 때 스티커나 작은 보상을 활용하면 진입 장벽이 낮아집니다. 단, 익숙해지면 보상을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보상이 습관이 되면 나중에 보상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부모의 권위라는 것도 결국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권위는 위치가 갖고 있는 힘인데, 아이가 싫다고 할 때마다 "그래,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를 반복하다 보면 그 힘이 조금씩 이양됩니다. 아이는 "엄마는 내가 싫다고 하면 안 시키는 사람"이라고 학습하게 되고, 그게 누적되면 이 닦는 것 하나도 안 통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 단계가 오기 전에 어느 지점에서 권위가 흔들렸는지를 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국내 아동 발달 연구에서도 부모의 일관된 양육 태도가 아동의 자기 조절 능력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떤 날은 이게 맞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다기보다, 내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계속 조정해 가는 과정 자체가 훈육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일관성이 쌓이면 아이도 서서히 바뀝니다. 저도 아직 한 칸 한 칸 같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 훈육은 방법 하나를 배워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아이의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내 반응 방식을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소거법이든 행동강화든 결핍내성이든, 어떤 방법도 일관성 없이 쓰면 효과가 없습니다. 훈육이 힘들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먼저 아이가 어떤 행동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는지 거꾸로 추적해 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서 실마리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소아 심리 상담이나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행동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