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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길꺼야 라고 하는 아들

     

    아들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칼싸움을 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신기했습니다. 36개월 첫째가 어디서 봤는지도 모를 발차기 동작을 쓰고, 21개월 둘째는 뭐든 손에 잡히면 던집니다. "이렇게 가르친 적 없는데"라고 생각하며 당황했지만, 알고 보면 이건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공격적 놀이, 막아야 할까 받아줘야 할까

    일반적으로 아이가 싸움 놀이를 좋아하면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이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발달심리학(Developmental Psychology) 관점에서 보면, 남자아이들의 거친 신체 놀이는 기질적 특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기질이란 타고난 행동 양식과 정서 반응 패턴을 의미하며, 환경이나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발현되는 특성입니다. 실제로 어린 남아의 거친 신체 놀이(rough-and-tumble play) 선호는 전 세계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아동학회).

    첫째가 레고를 쌓자마자 부수거나, 그림을 그리면 꼭 칼 든 사람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처음엔 속으로 "왜 이렇게 과격하지"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 즐겨하던 놀이들을 떠올려보니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런 놀이를 한다고 다 폭력적으로 자라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진짜 문제는 공격적 놀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 공격 행동으로 이어질 때입니다. 첫째가 놀이가 과열되어 할머니, 할아버지께 발차기를 시전했을 때 저는 정말 당황했습니다. "어른한테 그러면 안 돼"라고 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훈육으로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께 보이는 공격행동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공격적 놀이를 다룰 때 구분해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공격적 놀이를 즐기는 것(기질) → 인정하고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
    • 놀이 중 실제 타인을 가격하는 행동 → 즉각적으로 멈추고 규칙 교육
    • 욕구를 억압했을 때 → 어른 없는 공간에서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위험

    둘째가 요즘 뭐든 던지는 것을 즐기는데, 저는 이걸 막기보다 어디에 어떻게 던지는지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이 욕구 자체는 자연스럽고, 그것을 올바르게 해소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진짜 교육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집니다.

    승부욕과 열등감,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를 보면 "너무 경쟁적이다", "져도 괜찮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의 승부욕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훈육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감정조절 능력(Emotional Regulation)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강도와 표현 방식을 스스로 조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어릴 때부터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달합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강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 자체가 이 능력을 키우는 훈련의 장이 된다는 점입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아동기의 감정 억압보다 감정 표현 후 조절 경험이 정서 발달에 훨씬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첫째가 보드게임에서 지려고 하면 룰을 바꾸려 한다거나, 축구를 하다 지면 울음이 터진다면, 그건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가 아닙니다. 자기조절(Self-Regulation), 즉 충동적인 감정 반응을 스스로 억제하고 다루는 능력이 아직 발달 중인 것입니다. 여기서 자기 조절이란 외부의 규제 없이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심리적 역량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충분한 경험을 거치면서 성숙해집니다.

    열등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다 뜻대로 안 된다고 울거나 짜증을 낼 때, 많은 경우 "그렇게 할 거면 그리지 마"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아이의 짜증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감정을자기감정을 스스로 다루는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을요. 짜증이 날 때 외부 자극(부모의 더 큰 화)으로 억눌리는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기감정을 외부 자극에 의존해서만 조절하려는 미숙한 패턴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열등감(Inferiority Complex)이란 자신이 이상으로 삼는 수준과 현재 수준 사이의 격차에서 생기는 감정입니다. 이 감정 자체는 발달의 동력이 됩니다. 아이가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지 못하면 도전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왔을 때 어떻게 다루는가를 배우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들의 승부욕이 과열될 때, 예전에는 "왜 그렇게 이기고 싶어 하냐"고 눌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단 멈추게 하고, 숨 한 번 쉬고, 다시 시작하는 루틴을 연습 중입니다. 매번 잘 되진 않지만, 그 반복 자체가 아이에게는 자기감정을 다루는 실습이 됩니다.

    아들을 키우는 건 감정 억제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함께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를 보며 여전히 배우는 게 많습니다. 아이의 거친 놀이와 폭발하는 감정을 문제로 볼 것인지, 가르칠 기회로 볼 것인지 — 그 시선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꿉니다. 오늘 아이가 짜증을 낸다면, 일단 함께 멈춰보는 것부터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육아 현장에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발달심리 또는 임상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LeOhVoVy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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