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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을 때 솔직히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첫째가 오늘 또 친구를 물었어요." 23개월짜리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거의 매일 친구들을 문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둘째가 태어나고 몇 달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무는 행동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막막했던 그 시간을 돌이켜보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제 경험을 나눠보려 합니다.
무는 행동, 왜 생기는 걸까요
아이가 친구를 무는 행동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이 아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겁부터 났습니다. 그런데 소아청소년과 선생님께 여쭤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건우의 경우 동생이 생기면서 갑자기 최대의 경쟁자를 맞이한 셈인데, 이때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이 바로 퇴행 행동(regression behavior)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퇴행 행동이란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로 인해 발달 단계가 일시적으로 뒤로 돌아가는 현상으로, 무는 행동도 그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영아기 아이들은 언어 표현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편함이나 감정을 전달하려 할 때 구강 행동(oral behavior)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강 행동이란 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요구를 표현하려는 본능적 행동으로, 물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말이 서툰 아이일수록 이 행동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당시 소아과 선생님 말씀과 일치했습니다.
아이가 무는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제 경험을 포함해 정리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 언어 발달이 늦어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때
- 환경 변화(동생 출생, 어린이집 입소 등)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 자기 조절능력(self-regulation)이 아직 미성숙한 시기
- 또래와의 갈등 상황에서 해결 방법을 모를 때
- 관심을 끌기 위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할 때
자기 조절능력이란 자신의 충동이나 감정을 상황에 맞게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만 3세 이전에는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아동 발달 연구에 따르면 만 2~3세 사이 아이들은 또래와의 갈등 상황에서 언어보다 신체적 반응을 먼저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아동학회).
단호한 훈육과 애착 보충, 둘 다 필요했습니다
무는 행동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흔히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경험으로 느꼈습니다. 둘째는 한 번 물기 시작했을 때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하고 차갑게 반응을 끊었더니 비교적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첫째는 그 방법이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소아과 선생님은 첫째의 경우 애착 불안(attachment anxiety)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애착 불안이란 주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불안정함을 느끼는 상태로, 동생이 생긴 뒤 부모의 관심이 분산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희 부부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첫째만 데리고 따로 여행을 다녀왔고, "엄마 아빠는 너를 정말 많이 생각하고 좋아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해줬습니다. 두 달 가까이 첫째에게 집중적으로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달라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는 빈도가 줄었고, 첫째 스스로 "친구가 너무 가까이 와서 불편해요, 선생님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이 변화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아이는 더 이상 이빨을 쓰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환경을 바꿔주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도 행동수정(behavior modification) 접근에서 단순히 "하지 마"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합니다. 행동수정이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줄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늘리기 위해 환경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조정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아이가 무는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놀라거나 야단을 길게 치면, 오히려 아이 입장에서는 "관심을 받는 방법"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부모의 반응 자체가 강화물(reinforcer)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아 행동 발달 연구에서도 부모의 일관된 반응이 문제 행동 소거에 핵심 변수임을 강조합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제 경험상 무는 행동에 대응할 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무는 순간 짧고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하고 즉시 반응을 끊는다.
- 물린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관심과 위로를 준다.
- 무는 아이에게는 잠시 차갑게 대한 뒤, 안정된 상황에서 "불편하면 말로 해봐"라고 알려준다.
- 평소에 아이와의 애착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다.
- 상황이 지속된다면 주치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한다.
지금 첫째는 36개월이 됐고, 친구들과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걱정이 앞섰는데, 돌이켜보면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아이가 무는 행동을 보인다면 일단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제때 적절하게 대응해 주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호한 훈육과 충분한 애착이 함께 이뤄질 때 효과가 가장 좋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만약 두 달 이상 반복되거나 강도가 심해진다면 주치의 선생님께 꼭 상담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전문가의 눈은 부모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짚어줄 때가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 전문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