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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헬멧 쓴 분을 보자마자 "그게 머리에 뭐야?" 하고 묻는 아이 옆에서, 저는 웃어야 할지 사과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서 있었습니다. 아이 의사 표현이 왜 이렇게 즉각적이고 거침없는 건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 건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정서 조절 능력, 사실 아이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정서 조절(Emotion Regulation)이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그 강도를 스스로 낮추거나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어른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동 발달 심리학 관점에서 이 능력은 만 3세에서 6세 사이에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즉, 지금 한창 쌓이는 중인 거지, 처음부터 탑재되어 태어나는 능력이 아닙니다.
즉, 거침없는 의사표현은 정서 조절 능력이 발달하고 있다는 표시일수 있습니다.
저희 첫째는 36개월, 둘째는 21개월입니다. 연년생 두 아들을 키우다 보면, 거의 동시에 두 감정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 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그 순간에는 정말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둘이 동시에 터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미리 오더라고요.
아동 발달 전문가들은 이 시기 아이의 감정 표현이 크고 즉각적인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감정을 크게 표출하는 것을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 감정을 경험하고 스스로 낮춰보는 과정을 반복해야 정서적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생깁니다. 여기서 자기 효능감이란 스스로 어떤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내면의 믿음을 뜻하는데, 감정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경험이 쌓여야 하는 거죠.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겁니다. 감정이 폭발한 상태에서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인데, 현실에서 그게 공공장소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이 감정 폭발 상황에서 실제로 도움이 된 접근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감정 표현 자체를 막지 않고, 표현 방식만 조금씩 다듬어 준다
- "그건 하면 안 돼"보다 "그런 말은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어"라고 이유를 함께 설명한다
- 아이가 진정된 이후에 행동 지침을 가르친다. 감정이 올라와 있을 때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 부모가 먼저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는 인사를 먼저 하면서 첫째가 따라오기를 기다립니다
(출처: 미국소아과학회(AAP))에 따르면, 만 2세에서 4세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은 전두엽 피질의 발달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이 시기 부모의 반응 방식이 이후 감정 조절 패턴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공공장소 육아,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간극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폭발하면, 주변 시선 때문에 저도 덩달아 긴장이 올라갑니다.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고, 그러면 정작 아이의 감정보다 상황 수습이 먼저가 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비상구나 사람이 적은 구석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서 기다리는 방법은 효과는 있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진짜 깁니다. 첫째가 진정되기까지 짧으면 5분, 길면 15분 이상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무 말 안 하고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게, 말은 쉬운데 몸이 따라가기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이렇게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감정을 낮추는 경험을 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라고 합니다. 자기 조절이란 외부의 강제나 통제 없이 내부에서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관리하는 능력인데, 이게 어릴 때 충분히 경험되어야 커서도 작동합니다. 부모가 매번 달래주거나 막아버리면, 아이는 스스로 내려오는 경험을 하지 못합니다.
첫째가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사람에게 황당한 질문을 할 때, 처음엔 "그런 말 하면 안 돼"로 막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반복되면서 아이가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습니다. "그 말은 상대방이 부끄러울 수 있어. 대신 인사를 해보자"라고 알려주면서, 제가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의 아동 발달 지침에서도 생후 36개월까지의 정서적 반응성(Emotional Responsiveness)이 장기적인 정신 건강의 기반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서적 반응성이란 아이의 감정 신호에 양육자가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반응하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둘째도 이제 감정 표현이 시작됐습니다. 두 아이가 동시에 터지는 날이 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매번 그 상황에서 최대한 감정 표현 자체는 막지 않되, 표현 방식만 조금씩 다듬어 주는 일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아이 감정 표현을 버릇없음으로 볼 것이냐, 발달 과정으로 볼 것이냐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더라고요. 정서 조절 능력은 억압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충분히 경험하고 스스로 내려오는 반복을 통해 쌓인다는 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그 방향이 맞다고 믿으면서 오늘도 비상구 앞에 서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아동 발달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